스타트업 성장의 발목을 잡은게 물류인가?

작성자 : 김철민 비욘드엑스 대표 2022.12.21 게시

글로벌 경기 침체 속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다. 출혈 경쟁이 치열했던 유통∙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육각, 오늘회 등 스타급 스타트업들마저 잇따라 한계 상황에 봉착해 구조조정과 회사 매각에 나서고 있다. 수산물 당일배송 서비스 월 160만 명의 방문자를 모은 오늘회(오늘식탁)는 사실상 서비스 중단 상태다. 투자 유치가 불발되면서 협력사에 지급해야 할 대금까지 연체됐던 오늘회는 결국 서비스를 중단하고 전 직원 상대로 권고사직을 단행했다. 오늘회는 현재 수산물이 아닌 10개 내외 식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만 제공 중이다. 사실 오늘회의 위기는 지난 8월부터 업체 대금이 미지급되면서 시장에 소문이 돌았다. 이때쯤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 또한 유동성 위기의 전조들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배송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기업 전반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물류’를 무기로 꺼낸 투자 행보
파트너사 대금 체납과 C레벨의 연이은 이탈, 구조 조정과 서비스 중단, 기업 매각을 고려한 재정비까지. 초신선 버티컬 커머스 ‘오늘회’를 둘러싼 요즘 소식들이다.
오늘회가 망한 것은 아니지만,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유동성이 넘쳐흐르던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정석’처럼 여겨졌던 투자금을 바탕으로 적자를 감수하며 높은 성장을 도모하던 사업 모델이 꺾였다. 오늘회도 이와 같은 전략을 추구했지만, 냉랭한 시장 분위기에 추가 투자를 제때 확보하지 못했다. 
물론 오늘회는 추가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했다. 지금도 노력 중이다. 오늘회가 이번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며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해 꺼내든 무기는 ‘물류’였다. 김재현 오늘회 대표는 개인 블로그와 미디어를 통해서 오늘회의 본진처럼 여겨지던 초신선 커머스가 아닌 ‘물류’를 핵심 비즈니스로 강조하는 행보를 투자 라운드 내내 보여 왔다. 사실 오늘회는 커머스 기업이 아닌 물류기업이었고, ‘데이터’ 회사로 나아간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대규모 투자 선행되는 물류 
유동성이 메마른 시장 분위기 속에 태생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수반해야 하는 ‘물류’ 사업을 보는 투자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례로 넥스트 커머스 비즈니스 모델로 여겨졌던 ‘퀵커머스’가 올해 들어 완전히 꺾인 데도 빠른 물류망을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높은 비용이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회의 경우, 퀵커머스를 지원하는 ‘빠른 3자 물류’를 핵심 비즈니스로 내세운 풀필먼트 사업의 성공은 물류를 바라보는 시장 인식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물류도 ‘돈’이 있어야 하기에
오늘회는 투자 라운드 중간에 갖은 재무 이슈들을 맞으며 위기에 봉착했다. 돈이 없으니 새로 시작하는 ‘풀필먼트’ 사업에 대해서는 제대로 투자를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 
오늘회의 풀필먼트 비즈니스 모델은 인프라 투자의 최소화를 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물류를 하기 위해 마땅히 필요한 투자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회는 화물차를 움직이는 물류센터로 활용할 계획과 시행 단계를 진행 중이었다. 이전에 오늘회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경기 광명시 하안동에 실물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물류센터를 ‘허브’로 이용하고,  움직이는 화물차를 ‘스포크(Spoke)’로 지역별 시간당 물류 처리량을 늘리기 위한 용도로 활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오늘회는 풀필먼트 사업을 시작하면서 수도권을 벗어난 ‘전국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따라서 당연히 여기에는 추가적인 물류센터 투자가 지역별로 필요하게 된다. 이를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한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와 같은 시스템 구축 및 고도화에도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오늘회는 외부에 강조한 메시지와는 다르게, 내부의 물류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다. 추진하던 물류 시스템 개발 계획도 백지화가 됐다. 당장 투자 유치조차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 ‘물류’에 투자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왜 물류에 진심일 수밖에 없었을까
결국 물류에 진심이라 이야기했던 오늘회는 물류에 진심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물류를 무기로 돈을 받고자 했지만, 목표한 기한 안에 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왜 오늘회는 ‘물류’를 투자를 위한 핵심 무기로 꺼내든 것일까요? 추측컨대 시장에는 이미 오늘회보다 거대한 빠른 물류 중심의 커머스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회가 커머스를 중심으로 성장 모델을 설계한다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초신선 버티컬 커머스 오늘회가 ‘카테고리’를 확장하면 신선 버티컬 커머스 ‘컬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나온다. 신선 버티컬 커머스 ‘컬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또 다시 카테고리를 확장하면 ‘쿠팡’의 비즈니스 모델이 나온다. 결국 오늘회가 커머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해서 강화했다면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을까? 
결국 오늘회는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해 선택한 키워드가 ‘물류’였다. 쿠팡과 컬리를 빗겨가는 ‘전장’을 바꾸는 선택을 한 것이다. 바꿔말해 오늘회는 당일배송 기준의 쿠팡의 로켓배송, 새벽배송 기준의 컬리의 샛별배송을 넘어서 ‘3시간 이내 당일배송’이라는 오늘회만의 물류 키워드를 잡고 가는 물류기업이 되고 싶었을지 모른다.
정리하자면 오늘회의 위기는 물류가 아닌 ‘재무’에서 비롯됐다.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대한 성장을 추구하는 ‘쿠팡식’ 성장모델이 자본 시장을 덮친 유동성 악화로 막혀 버렸다. 오늘회는 투자 유치를 위한 무기로 ‘물류’를 선택했지만, 물류도 ‘돈’이 있어야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비단 ‘오늘회’만의 이슈일까? ‘물류’의 이슈일까? 막대한 투자 자본을 기반으로 성장을 추구하고 기업 가치를 올렸던 ‘캐시 드라이브(Cash Drive)’ 모델 전체의 위기가 아닐까 싶다. 불과 1년 전까지 IT 기반 스타트업 업계에서 ‘캐시 드라이브’ 모델은 정석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림1. 오늘회 성수 물류센터 모습. 오늘회가 물류센터 없는 모델을 추구하지만, 물류센터가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실물 자산을 운영하기 위해선 막대한 임차료와 운영비가 들어감은 물론이다.

비욘드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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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단어 비즈니스 모델물류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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