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b의 디지털 헤게모니: AI, Saver를 통한 물량, 그리고 고급화

작성자 : 이태호 픽쿨 대표 2025.03.31 게시

그랩의 2024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정리하고, 분석하면서

0. 개요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 그랩(티커: GRAB)이 2024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이 기업은 동남아 8개국에서 모빌리티, 배달,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사업 실적은 다음과 같다. 매출은 7.64억 달러(YoY +17%)이며, 당기순이익은 0.11억 달러(거의 동일)를 기록했다. 조정 EBITDA는 0.97억 달러(YoY +0.61억 달러 증가)였으며, 희석 주당 순이익은 0.01달러였다.

이번 분기 온디맨드 총 거래금액(GMV)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어난 50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랩은 딜리버리, 모빌리티, 핀테크 부문을 나눠서 공시하고 있으며, 각 부문별 주요 지표는 다음과 같다.

- 딜리버리 부문 총 거래금액 32.13억 달러(YoY +19%), 매출 4.07억 달러(YoY +13%), 조정 EBITDA 0.57억 달러 흑자(YoY +1%)
- 모빌리티 부문 총 거래금액 18.15억 달러(YoY +23%), 매출 2.82억 달러(YoY +19%), 조정 EBITDA 1.53억 달러 흑자(YoY +19%)
- 핀테크 부문 총 대출 포트폴리오 5.36억 달러(YoY +64%), 매출 0.74억 달러(YoY +38%), 조정 EBITDA 0.27억 달러 적자(YoY 45% 개선)
- 기타 부문 매출 0.01억 달러, 조정 EBITDA 0.01억 달러 적자를 기록

1. 그랩, 모빌리티 서비스 확장으로 강력한 성장세 유지

저변 확대와 고급화가 동시에 관찰된 실적 발표였다.

우선 그랩의 주요 서비스 중 하나인 세이버(Saver) 서비스는 모빌리티 거래액 중 26%를 차지했으며, 거래액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랩 측은 5개국 시장에 서비스를 출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세이버 서비스를 통해 그랩은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으며, 세이버 서비스 이용자는 전체 신규 활성 사용자의 1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세이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용자들과 비교할 때, 세이버 서비스 이용자들의 거래 빈도는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이버 서비스와 함께 그랩은 고급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우버의 실적 발표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볼 수 있었다. 그랩 측은 이번 분기 고부가가치 모빌리티의 이용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어났다고 밝혔다. 고급 서비스가 갖는 편의성과 신뢰성을 기반으로 그랩 측은 사전 예약 같은 서비스의 제품 시장 적합성(Product Market Fit)을 달성했으며, 총 거래금액 기여도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고급 서비스 이용자들은 지갑 사이즈가 클 수밖에 없는데, 일반 전체 이용자와 비교할 때 이 이용자 집단은 총 거래 금액은 2.5배, 운전자들의 수입도 3.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그랩은 동남아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의 수요를 잘 잡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4분기는 연말이고, 연휴가 끼어 있어 관광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번 분기 공항 셔틀 서비스가 돋보였으며, 그랩은 앱 내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이용자 경험(UX) 개선을 통해 총 거래금액을 지난 해보다 30% 늘리는 데 성공했다. 참고로 공항 셔틀 서비스가 그랩 전체 모빌리티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달했다. 현재 ASEAN 지역에서는 각국 정부가 관광 산업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나선 만큼, 그 수혜를 입을 것으로 그랩 경영진들은 전망했다. 운전자 수급도 돋보인 분기였다. 월간 활성 운전자 공급은 전년 대비 16% 증가하여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초과했다. 동시에 운전자 파트너의 운행 시간당 수입과 활성 운전자 파트너당 거래량이 전년 대비 향상되었으며, 분기별 유지율은 90%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이러한 안정적인 운전자 수급, 그리고 유기적인 공급 증가로 인해 그랩은 고객에게 가격과 신뢰성을 모두 개선할 수 있었다. 할증된 모빌리티 이용 비율이 전년 대비 12퍼센트 포인트 감소했으며, 평균 대기 시간은 전년 대비 14% 개선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친환경 차량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랩은 이번 분기 BYD와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운전사들이 전기차를 도입하는 데 있어서 재정적인 장벽을 낮출 수 있게 지원하고 연료 비용 절감을 통해 운전자 파트너에게 장기적인 경제적 이점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었다. 또한, 그랩은 장기적으로 BYD와의 협력을 기술 동맹으로 발전시켜 IoT (사물 인터넷) 통합도 촉진할 계획이다.

그림1. 기사에게 경로를 제공

그랩

2. AI 기반 운영 혁신과 자율주행차 도입으로 동남아 시장 선도

ASEAN 지역의 주요 테크 기업답게, 그랩은 차세대 기술도입에도 적극적이었다. 이날 실적 발표에서 그랩 경영진들은 AI와 자율주행에 대한 그들의 계획과 생각을 밝혔다.

우선 그랩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마켓 플레이스의 건전성을 향상시키고 있었고, 드라이버 파트너와 판매자 파트너의 수익 창출 기회를 향상시키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GrabRideGuide'와 'Merchant Menu Assistant'였다. 'GrabRideGuide'라는 AI 도구는 드라이버 파트너들을 수요가 높은 핫스폿으로 안내하며, 'Merchant Menu Assistant'는 판매자들의 메뉴 관리를 지원하고 있었다. 참고로 'Merchant Menu Assistant'는 판매자들 상황에 맞춰, '개인화된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챗봇으로 최다 판매 메뉴 항목과 같은 비즈니스 관련 질문부터 더 나은 요리사가 되는 방법, 고객을 위한 포장 마스터가 되는 방법까지 답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광고 지출 방법 추천과 잠재 사용자를 타기팅하는 방법도 제공 중이었다. AI 어시스턴트를 활용한 판매자들은 그렇지 않은 판매자들에 비해 광고 지출이 25% 증가했으며, 매출도 상승했다는 것이 그랩 측의 설명이었다. 그랩 내부적으로도 운영 효율성 관리를 위해 전사적으로 생성형 AI를 도입, 확대 중이었다. 이날 경영진들은 현재 그랩 엔지니어의 60% 이상이 AI 코드 어시스턴트를 적극 활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랩의 앤서니 대표는 2024년 초부터 조직 전체에 생성형 AI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고 밝히며, 오픈 AI와는 동남아시아에서 첫 번째 라이트하우스 파트너로 선정되는 행운을 누렸고, 그만큼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랩은 2025년을 '에이전트 테크의 해'로 정의하면서 AI를 기반으로 생태계 내 파트너들과 더욱더 개인화된 설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랩은 이날 자율주행차 도입 계획을 밝혔다. 자율주행차에 관해서는 아직 이 지역에서는 매우 초기 단계라고 설명하면서 규제 기관 및 잠재적 파트너들과 적극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당 부분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우버와 내용이 겹쳤다. 그랩은 지난 10년간 구축한 강력한 온디맨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미 최고 수준의 차량 활용률을 달성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모빌리티 부문에서 지역 카테고리 리더십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수요 창출 역량이 동남아시아 지역의 자율주행차 도입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랩은 자율주행차와 관련하여 기존 차량 대비 서비스 공백이 있는 지역에 이 차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랩 경영진들은 자율주행차 자체보다는 하이브리드가 이 사업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보았다.

다만 동남아시아가 국가별로 도로 인프라와 규제가 다르기 때문에 자율주행차가 주류가 되기까지는 더 긴 시간이 예상될 것으로 보았다. 그랩 측은 앞으로 몇 주 이내에 별도의 기회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이 계획을 밝힐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랩 경영진은 AI와 자율주행차에 대한 자본 배분 우선순위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그들은 핵심 사업에 더욱 집중하면서도 생성형 AI와 자율주행 라이드헤일링과 같은 새로운 성장 영역도 살펴보고 있었다.

그림2. 상인들을 위한 AI 도구

그랩

3. 딜리버리 부문의 성장 가속화... 세이버·프라이오리티 서비스 확대 주효

앞서 지표로 말씀드린 것처럼 총 거래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어났다. 이는 이전 두 분기에서 각각 기록한 16%와 14%의 성장률보다 높은 수치다. 이러한 성장 배경과 관련하여 그랩 측은 딜리버리 월간 활성 사용자(MTU)가 전년 대비 17% 증가한 것에 힘입은 바가 컸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8-2019년에 유입된 가장 오래된 사용자 코호트를 포함한 모든 딜리버리 사용자 코호트에서 지출액과 사용 빈도가 전년 대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그 성장 배경에는 차별화된 가격 전략이 있었다. 이번 분기 세이버 딜리버리(Saver Deliveries)는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전체 딜리버리 거래의 1/3을 차지한 상황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3%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10%p 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거래량 증가를 통해 그랩은 네트워크 밀도를 높이고, 모든 시장에서 세이버 딜리버리 거래의 배치율(batch rates)을 높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 고객들은 비세이버 푸드 사용자 대비 1.7배 높은 사용 빈도를 보였다.

이와 함께 빠른 배달과 짧은 대기 시간 수요가 있는 프라이오리티 딜리버리(Priority Deliveries)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프라이오리티 딜리버리는 전체 거래의 9% 수준까지 늘어났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와 비교할 때 3%p 가량 늘어난 수치이며 프라이오리티 딜리버리는 수익 마진이 1.7배 높았다.

또한, 새롭게 단장한 그룹 주문(Group Orders) 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신규 사용자 유치와 함께 기존 이용자의 이용률도 함께 올렸으며 그룹 주문은 한 번에 더 많은 음식을 주문하게 했다. 그룹 주문의 평균 주문 금액은 개별 주문과 비교할 때 2배가량 높았다.

이렇게 효율을 높이면서 배달 기사들의 효율도 올라갈 수 있었다. 효율 향상은 그랩 고객과 파트너 모두에게 이익이었는데, 우선 같은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기 때문에 비용은 줄고, 수입은 올라갔으며 비용이 그만큼 줄어들면서, 그 혜택은 배달 수수료 인하로 이어질 수 있었다.

Q 커머스도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고 있었다. 그랩 마트(GrabMart)는 다른 배달 서비스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는데, 이는 ASEAN 내 주요 국가별 슈퍼마켓들과 잘 협력했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SM과 로빈슨스, 말레이시아의 자야, 인도네시아의 트랜스마운틴 같은 대형 마트들과 함께 일하면서 그랩의 서비스가 더 많은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 또한 '코크 앤 고'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코카콜라 같은 유명 브랜드와도 협력하고 있다. 그리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그랩 플랫폼에서 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왔다.

Q 커머스의 약진은 시너지 효과로 나타났는데, 그랩 마트와 그랩 푸드를 둘 다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평균보다 2.2배 더 자주 서비스를 이용했고, 약 2배 더 오래 서비스를 계속 사용했다. 현재 그랩 마트는 전체 배달 거래액의 10% 미만을 차지하고 있어서, 앞으로 더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그랩 경영진들은 내다봤다.

딜리버리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광고 사업의 약진도 계속되고 있었다. 배달 거래액 대비 광고 수익 비율은 4분기에 작년 1.4%에서 1.7%로 증가했다. 1년으로 환산하면 광고를 통해 그랩은 2억 1,6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기 스스로 광고 플랫폼을 활용해 광고를 집행한 파트너 숫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늘어났으며, 광고주당 평균 지출액은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3. Q커머스 서비스를 배달하는 배달부

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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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단어 지난해 기간전년 대비그랩 측은MERCHANT MENU ASSISTANTYOY 조정 EBIT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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